11월 30일,
진료와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
"내가 걸릴 수 있는 병이 어떤 게 있지"
"별거 아닐 가능성이 있나"
"해결하지 못하는 병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 거 같다.
거의 갈색세포종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갈색세포종 중에서도 양측성이거나 paraganglioma 등이면 치료가 단순하진 않기 때문에
병원을 가는 내내 내색은 못했지만 너무 무서웠다.
병원에 도착해서 내분비내과 선생님을 만나고 혈액 검사 , 소변 검사를 했다.
혈액 검사는 채혈실 가서 뽑으면 됐고
소변 검사는 24시간 소변이라고 해서 하루 동안 소변백에 한번도 놓치지 않고 모으는 걸 의미했다.
24시간 소변을 모은다는 게 말이 쉽지
하루 동안 외출은 어렵고, 나도 모르게 모으지 못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
만약 소변을 버렸다??
그럼 그 다음 소변부터 24시간을 모아야 한다는 거에서
환자들의 의사에게 말 못한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변은 다음날 제출을 했고.
기본적인 혈액검사는 당일에 나왔는데,
고지혈증 (Cholesterol 251, LDL 203, HDL 38, Triglyceride 113) 과 고혈당증 (glucose 128) 이 나왔고
아내에게 한소리 들었다. 고지혈증약 처방 받고 운동하라고 ..
12월 6일, 검사한 후 일주일이 지나고. 결과가 나왔는데,
혈액 검사에서
metanephrine 3.84 (정상치 <0.35)
Normetanephrine 1.96 (정상치 <0.64)
(보통 정상치 기준 3배 이상 높으면 갈색세포종을 의심하게 된다.)
24시간 소변 검사는 볼 것도 없었다.
이제 필요한 건 CT 검사에서 부신에 종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검사결과를 들으니 오히려 차분해졌달까.
이젠 내 몸에 부신종양이 한 갠지 두 갠지 알아봐야 한다.
CT 예약을 하고 촬영을 했고
상당히 큰 덩어리 녀석이 내 몸에서 자라고 있었다.
저런 놈이 호르몬을 뿜어 내고 있으니 머리가 아플 수 밖에 ..
다행인 건 왼쪽 부신에만 생긴 녀석이었고 수술 (한쪽 부신전절제술)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진을 받고 치료도 명확해지니 오히려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수술할 때 죽지만 않으면 되겠구나.
보통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고 해서 부신우연종 (incidentaloma) 라고도 불리는 종양이고
발작적 고혈압과 함께 뇌출혈이 발생해서 죽을 수도 있는 종양
학생 때 Rule of 10 (10% 확률로 가족성, 양측성, 악성)으로 외웠던 종양
내가 그걸 진단 받았다니 ...
그래도 내가 공부한 분야라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편하지
보통 사람들 같으면 많이 당황스러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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