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진료 영상과 검사 수치를 보고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을 때
내 아내는 이걸 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내 아이의 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나을까.
일단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는 걸 말씀드렸다.
나쁜 소식은 암이라는 것.
좋은 소식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때 당시 어머님 집에 얹혀살 때였음)
나랑 아내는 "수술하면 낫네~" 하면서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였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오랜만에, 거의 20여년 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던 분들의 눈이 촉촉해졌던 걸 보았다.
괜찮다고, 이거 수술하면 된다고. 몇 번 말씀을 드리고 나서야 진정이 되셨다.
물론 수술 이후에도 추적검사가 필요하고 재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신절제를 하고나면 반대편 부신의 기능이 잘 올라와줄지 모를 일이지만,
상태가 괜찮다는 걸 설명하려면 당장은 안심시켜드려야 했다.
검사 결과를 담당 교수님께 확인 받으러 간 날,
내분비내과의 김재현 교수님을 뵈었고
비뇨기의학과 정병창 교수님께 협진 진료를 보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날짜는 12/24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그런지 수술 환자가 많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병원 직원 가족이라고 빨리 잡아주신걸까
잘 모르겠지만
왠지 크리스마스 이브가 주는 따뜻한 느낌이
내 수술도 별 문제없이 잘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진료를 어느 교수님께 받을지 고민을 하긴 했는데
부신 질환, 특히 부신 우연종은 환자 수가 많지 않아서
진료를 보시는 교수님도 적기 때문에
내가 교수님을 골라서 보기보다는
무슨 요일에 오전 또는 오후 진료인지 알아보는 게 나았다.
진료를 어느 분께 볼까 고민이라면
질환의 성격 상 제일 빠르게 뵐 수 있는 분을 찾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수술해주시는 교수님도 마찬가지.
아마 내분비내과에서 외과 또는 비뇨기의학과 두 과 중에 한 곳으로
의뢰를 해주실 건데
보통 수술이 빨리 잡히거나
잘 봐주시는 분께 의뢰를 드리기 때문에
왠만하면 내가 결정하기 보다는
내분비내과 교수님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
수술일까지 거의 3주 가량 남은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일단 약을 먹어야 하고 (매우 중요하다)
혈압을 올릴만한 것들을 피하고 (커피, 술, 육아?, 출근..?, 롤...? 등등)
주기적으로 혈압 확인
조용히 기다리는 것.
혈압을 올릴만한 것을 피한다는 건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까운 게
부신우연종이 혈압을 올리는 과정은
자율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혈압 올리지 말아야지!" 한다고
오르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커피 같은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은
baseline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기 때문에 좋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
부신 우연종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우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많이 뿜어져 나온다.
일반 사람들도 많이 나올 수 있는데, 그 호르몬을 암 덩어리가 뿜고 있다면
어마어마할 것이니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 심리적으로만 안정적이면 될까요?
그렇지도 않은 게, 우리 몸이 느끼는 스트레스 상황은
온도의 급격한 변화 같은 생리적인 문제에서도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에
단순히 심리적인 안정만 찾는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수술 전까지 최대한 심리적, 생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
물론 육아는 ... 피할 수 없으니...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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