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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지자/암투병기_갈색세포종

의사가 겪은 부신암(부신우연종) (5) 입원과 수술

by ctrl.z 2024. 1. 10.

 

12월 23일 입원하던 날,

 

점심 이후부터 금식이라서 아침과 점심을 거하게 먹어주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코로나 창궐 시기라 보호자는 1명만 있을 수 있었는데 아버지가 맡아주셨다.

 

방년 34의 다 큰 둘째 아들 간병으로 수고해주시겠다고 자원하신 아버지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입원해서는 사실 그렇게 바쁘진 않고 

 

입원 수속하고 병실 올라가고 옷 갈아입고 수액 달고 이정도?

 

입원을 위한 피검사 등등을 했고 병실 돌아다니면서 이 병원은 입원실이 이렇구나 하면서 있다보면

 

수술 동의서와 마취동의서를 들고 의사분이 온다.

 

인턴 아니면 레지던트처럼 보이는 분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사실 난 의사니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도 되지만, 일반 환자들 입장에서는 생소한 얘기를 너무 빠르게 읽고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설명을 대충해주고 알아듣기 어려워요."라고 말씀하시는 환자들도 종종 있는데

 

내가 환자로 입원해보니 좀 이해가 되었다. 

 

다만, 설명해주러 오는 의사의 하루 일과를 생각하면, 이 환자 저 환자 설명하러 다니다보면 

 

대부분 루틴 안에서 행동하는, 정말 습관처럼 일하고 있는 중이므로, 

 

환자의 상황과 상태에 대해 큰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제일 생각해주는 건 , 본인, 가족, 그리고 의사 뿐이다.

 

 

저녁 쯤 관장을 하게 되는데 복부 수술이라서 장을 비워내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첫째는 장을 비워서 수술 중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을 막는 것도 있고

 

둘째는 수술 공간 확보 및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이거 꼭 해야해요?" 라고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꼭 해야해요"라고  58,000% 답하실 거기 때문에 묻지 않았다.

 

사실 필자는 이날 관장을 처음 해보았는데, 대변 보는 곳에서 소변이 나오는 듯한 경험을 하였다.

 

이제 나이가 차면 위내시경, 대장내시경도 해야할텐데 그 때마다 이 기분을 느낄 생각을 하니

 

아찔해졌다.

 

 

화장실을 몇번이나 들락날락 하고 나서, 그러고서는 수술 전날의 일정은 끝이었다.

 

 

수술 당일. 

 

잠은 되게 잘 잤다. 삼성의료원의 침대는 꽤 훌륭했다.

 

필자는 의자 세 네 개 붙여서 그 위에서 자는 것도, 책상 위에서 자는 것도 꽤 잘 자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도 훌륭한 매트리스였다.

 

수술은 9시라고 들었지만 , 앞 수술이 좀 늦어진 건지 10시가 좀 넘어서 수술방으로 내려갔다.

 

휠체어를 타고 수술방으로 향하는 그 길이

 

낯설고 생경한데,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가보기만 했지 내가 들어가는 건 생각을 못해서일까.

 

그렇게 수술방 앞 대기실에서 내 순번을 기다리면서

 

그 곳에 있는 TV에서는 이 병원이 얼마나 안전하고 최고인지에 대해 반복되는 영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걸 한 7-8번 보고 있었을 때 쯤 

 

마취해주실 교수님이 친히 나와서 잘해드릴거라 말씀해주셨다.

 

아마도 아내의 친구가 마취과 레지던트라서 따로 말한 거 같다.

 

담당 의사가 나와서 한 마디 건네는 게 큰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마음에 안정이 되는 게 .. 앞으로 나도 그래야겠다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수술실에 입실하고, 수술실 침대에 누웠고

 

내 머리 위 마취과 선생님이 천천히 호흡하세요~ 하고

 

 

 

 

 

 

 

 

 

 

 

 

 

 

 

 

 

 

 

수술이 끝나있었다.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었네 ... 와 .....

 

회복실에 와준 아내가 "수술잘됐대~" 라고 하는 말과 몇 가지 말을 더 했는데

 

사실 비몽사몽해서 잘 못 알아들었던 거 같다.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과정이 펼쳐지는지 .. 생각해본다면

 

일단 마취되는 중에는 나를 수술해줄 교수님은 안 계시고 어시스턴트로 들어올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 정도 앉아있을 거다.

 

수술실 안에 인원은

 

1. 비뇨기과 레지던트 1-2명

2. 비뇨기과 인턴 1명

3. 수술실 간호사 2명

4. 마취과 레지던트 또는 교수님 1명

5. 마취과 간호사 1명

6. 비뇨기과 수술 간호사 1명

 

이정도 인원이 있을 거고 마취가 시작되고 내 수술 체위가 잡히면 비뇨기과 교수님이 들어오면서 수술이 시작된다.

 

마취는 보통 전신마취를 하고, 마취가 완료되면

 

수술에 적합하게 체위를 잡는데, 부신의 위치는 후복강에 있고 좌우가 구분되어 있어서 옆으로 눕는 자세를 잡게 된다.

 

옆으로 눕는 자세는 Decubitus position 이라고 하며

 

Decubitus position (출처 : stormanesthesia.com)

 

이런 식으로 눕는다.

 

사실 위의 방식은 참고로 넣어 놓은 거고 완전히 똑같진 않을 거니 참고 정도만 하자.

 

저렇게 누으면 수술 부위 소독을 하게 되고 수술 부위만 남겨두고 무균 상태의 포를 덮는데

 

Drapping이라고 한다.

 

surgical drape

 

아마 의학드라마에서 많이 보셨을 상황임.

 

저런 상태가 되면 나를 수술해줄 교수님이 들어온다.

 

가끔 환자분들 중에 마취 전에 교수님을 뵙고 싶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담당 교수님은 다른 방에서 수술 중이시거나 아니면 교수님 방에서 연구 논문을 쓰고 있을 거기 때문에

 

"마취되면 오실거에요~"라는 말씀을 들으실 거다. 

 

그래도 보고 마취하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어째저째 들어오셔서 눈맞춤을 해주시는 교수님도 있겠으나

 

그 교수님께 전화드리는 인턴 또는 레지던트는 교수님께 대부분 높은 확률로 한소리 들을 가능성이 높다.

 

그 상황.. 전화드리는 심장쫄림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수술이 진행되는데

 

수술은 보통 복강경으로 하게 되고 일종의 내시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장, 위내시경과 다르게 복부는 가스를 채워서 공간을 넓힌 다음 수술을 한다. 

 

수술의 과정은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라 굳이 쓰진 않겠다.

 

수술은 그 난이도에 따라, 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시간이 천차만별일텐데

 

보통 부신절제술은 루틴하게 하는 수술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신을 잘 떼고, 피나는 곳 지혈해주고 나면 수술은 끝이다.

 

마취를 풀고 회복실로 가게 되면 점점 정신이 깬다.

 

 

 

 

 

 

이렇게 난 원 부신맨 (one adrenal gland man) 이 되었다.